위대한 퇴행: 어느 농장의 기록
위대한 퇴행: 어느 농장의 기록 제 1 장 미래 농장(Future Farm). 이름은 거창했지만, 새벽 공기는 이전, 그러니까 매너 농장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닭 우는 소리와 외양간의 소똥 냄새는 여전했고, 동물들의 고단한 하루가 시작되는 방식도 예전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농장 곳곳에 새로 칠해진 흰색 페인트와, 그 위에 검고 굵은 글씨로 쓰인 '호그원 대장의 농장 수칙'이었다. 글씨는 힘찼지만 어딘가 비뚤빼뚤했고, 덜 마른 페인트 위로 파리 몇 마리가 앉아 쉬고 있었다. 이른 아침 순찰은 호그원 대장의 가장 중요한 일과였다. 커다란 검은 얼룩 돼지인 그는, 과거 농장의 '경비견'이었던 시절처럼 어깨를 쫙 펴고 위엄 있게 걸으려 애썼지만, 육중한 몸 때문에 다소 뒤뚱거리는 모습은 감출 수 없었다. 그의 작은 눈은 끊임없이 좌우를 훑었고, 땅에 닿을 듯 말 듯 한 코는 연신 킁킁거리며 밤새 흐트러진 무질서의 냄새라도 맡으려는 듯했다. 마침 암탉 한 마리가 무리에서 살짝 벗어나 땅바닥에 떨어진 옥수수 알갱이를 쪼자, 호그원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서슬 퍼런 기운은 주변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대열 복귀! 질서는 농장의 생명이다!" 암탉은 깃털을 곤두세우며 혼비백산하여 제자리로 돌아갔고, 주변의 다른 닭들도 덩달아 움찔하며 더욱 바짝 고개를 숙였다. 그의 순찰길 옆으로는 양들이 불안한 듯 서로에게 몸을 비비며 서 있었고, 그들의 멍청하고 순한 눈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농장 중앙의 늙은 느티나무 위에서는 '한밤의 부엉이 회의' 멤버들이 이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농장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존재들이었다. 호그원과 가까운 굵은 가지에 앉은, 살이 포동포동하게 찐 올빼미 몇몇('호그원의 충실한 올빼미들'이었다)은 만족스러운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질서, 그것이야말로 농장에 필요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