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 (샘플)

이 글은 픽션이며, 현실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연입니다.
작가는 이 글이 사실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서재 문이 조용히 열리고 김건희가 들어섰다. 최고급 실크 가운 차림이었지만, 잠 못 이루는 밤의 흔적이 그녀의 얼굴에 옅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굳은 옆모습을 잠시 응시했다. 평소의 호탕함은 온데간데없고, 깊은 고뇌와 어찌할 수 없는 분노가 뒤섞인 무거운 기운만이 감돌았다.
김건희는 소리 없이 다가가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도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남편을 염려하는 부드러운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아직 안 주무시고… 무슨 생각 그리 깊이 하세요?” 그녀가 나직이 물었다. “당신 몸 상하실까 봐 걱정돼요.”
윤석열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피곤에 찌든 눈에는 명확한 결단보다는 혼란과 망설임이 더 짙게 서려 있었다.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잔에 남은 위스키를 마저 털어 넣었다.
“잠이 오겠소? 사방에서 달려드는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소. 법대로 하자니 저것들은 법을 무기로 쓰고, 그렇다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자니….”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김건희는 그의 손등 위로 자신의 손을 가만히 얹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연민과 함께 계산된 불안감이 스쳤다. “저 때문이죠? 저 때문에 당신이 이렇게 힘드신 거죠?”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특검이라니… 제가 뭐라고… 당신 앞길에 이렇게 걸림돌이 되어서….”
“그런 소리 하지 마시오.” 윤석열이 발끈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이건 나에 대한 공격이지.” 그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으니 답답할 뿐이오. 검찰은 저 모양이고, 국회는 저것들 손아귀에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소?” 그의 목소리에는 무력감마저 묻어났다.
바로 그때였다. 김건희는 기다렸다는 듯, 그러나 마치 깊은 슬픔 끝에 체념한 사람처럼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여보….”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어쩌면… 그냥 저를 버리시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윤석열의 눈이 커졌다. “뭐… 뭐라고?”
“괜찮아요.” 김건희는 고개를 떨구며 속삭였다.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저 하나 때문에 당신까지 위험해질 수는 없잖아요. 당신은 이 나라 대통령이신데…. 저 때문에 발목 잡혀서야 되겠어요? 그냥… 저들이 원하는 대로 저를 내주세요. 그럼… 이 광풍도 멈추지 않을까요?” 그녀는 윤석열의 손을 잡은 자신의 손을 스르르 빼내려 했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순간, 윤석열의 눈빛이 변했다. 망설임과 고뇌가 씻은 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 차갑고 격렬한 분노가 타올랐다. 그는 김건희가 빼려던 손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그의 목소리가 낮지만 단호하게 울렸다. “당신을 버리라고? 저 하이에나 같은 놈들한테 당신을 내주라고? 내가 어떻게 그래!”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방 안의 공기가 그의 분노로 팽팽하게 당겨지는 듯했다.
“이건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야.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오직 정치적 이득을 위해 한 사람을, 내 아내를 마녀사냥하는 저들의 행태를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요!” 그의 우유부단함은 온데간데없었다. 김건희의 ‘희생’ 제안은 그의 가장 깊은 곳, 아내를 보호하려는 본능과 검사 시절부터 간직해 온 ‘악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신념을 동시에 건드린 방아쇠였다.
그는 서재를 몇 걸음 서성이다가 우뚝 멈춰 서서 창밖 어둠을 노려보았다. “저들이 원하는 게 혼란이라면, 나는 질서를 보여줄 것이오. 법을 무시한다면, 더 강력한 법의 힘을 보여줘야지.”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흔들림 없는 결의가 서려 있었다. “비정상적인 상황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법이야.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결단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소.”
김건희는 소파에 앉은 채, 숨을 죽이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는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가 사라졌다. 그녀는 걱정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애써 유지하며 나직이 물었다.
“여보…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너무… 위험한 결정일 수 있어요.”
윤석열은 그녀를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위험? 이대로 저들의 광기에 나라가 무너지는 걸 보고만 있는 것이 더 위험한 일이오. 당신은 아무 걱정 마시오. 내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이 혼란, 내가 끝내겠소.”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김건희는 그의 결연한 모습에서 안도감과 함께 등골을 타고 흐르는 서늘한 불안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녀가 원했던 방향으로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그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이 위험한 도박에서 자신이 살아남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시계는 자정을 넘긴 지 오래였다. 대통령 관저, 그들이 '서재'라고 부르는 이 방은 밤의 무게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서울의 불빛이 멀리 아른거렸지만, 이곳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고요하고 차가웠다. 윤석열은 집무용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가죽은 그의 체온에도 불구하고 서늘했다. 손에 든 잔에는 위스키가 반쯤 남아 있었다. 싸구려 위스키는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혀에 거칠게 감겼다.

특검. 그 단어가 머릿속에서 독사처럼 똬리를 틀었다. 그들이 부르는 이름이었다. 조사. 웃기는 소리. 그건 사냥이었다. 그들은 건희의 목을 원했다. 그의 아내. 그들이 감히 그의 심장을 직접 노리지 못하니, 대신 그녀를 겨눈 것이다. 아직은. 치사한 놈들. 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칼을 가는 비겁자들.

그는 남은 위스키를 마저 들이켰다. 속이 타는 듯했지만, 머리는 더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분노가 아니었다. 분노는 이미 오래전에 차갑게 식어 단단한 결의가 되어 있었다. 이건… 다른 무언가였다. 더 어둡고, 더 위험한.

문이 열리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건희였다. 그녀는 값비싼 것이 분명한, 그러나 장식은 거의 없는 단순한 실크 실내복 차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흐트러짐 없는 우아함을 지니고 있었다. 젠장맞을 우아함. 하지만 오늘 밤 그녀의 눈에는 그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역시 놓치지 않았다.

"왔소." 그가 낮게 말했다.

그녀는 방을 가로질러 와 그의 맞은편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방 안의 공기는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더 팽팽하게 당겨지는 듯했다.

"그들이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강철 같은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다. "저를 가질 때까지… 그리고 나면 당신을 노리겠죠."

이미 나를 노리고 있는 거요, 건희.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은 그저 그들이 휘두르는 무기일 뿐. 그는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럴 필요 없었다. 그녀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들의 법… 그들의 절차…."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들이 이제 우리를 옥죄는 사슬이 되었군." 내 손으로 임명한 검사들, 내가 존중한다 말했던 그 법체계가 이제 나를, 아니 그녀를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꼴이라니! 그는 권력의 아이러니를 실감했다.

건희가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등불 아래서 어둡게 빛났다. "어쩌면…" 그녀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어쩌면 제가 그냥… 저들을 마주해야 할지도 몰라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세요. 저 때문에 당신까지 무너지게 둘 수는 없어요, 여보. 당신의 이 자리… 대통령직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안에서 무언가가 폭발했다. 그의 통제력을 벗어난, 원초적인 보호 본능이었다. 그는 의자 팔걸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방의 침묵을 갈랐다.

"절대 안 돼!" 그의 목소리가 낮지만 단호하게 울려 퍼졌다. "그들이 당신 머리카락 하나라도 건드리게 둘 것 같소?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숨 쉬고 있는 한, 절대!"

그는 벌떡 일어섰다. 방 안을 서성였다. 갇힌 맹수처럼. 저들이 규칙을 깨려 한다고? 비열하게 나온다고? 좋아. 더 더럽게 놀아주지. 그의 머릿속에서 복잡했던 생각들이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하기 시작했다. 분노는 차갑게 가라앉고, 그 자리에 냉혹한 계산이 들어섰다.

이건 더 이상 그녀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야. 이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문제다. 누가 진짜 힘을 가졌는지 보여줘야 해.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 그는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다. 사적인 분노를 공적인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경계는 이미 희미해진 지 오래였다.

"질서를 회복해야 하오." 그가 멈춰 서서 그녀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이제 흔들리지 않았다. "법이 제 기능을 못 할 때는… 다른 방법이 필요한 법이오. 국가 비상권이라는 것이 왜 있겠소?"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무거웠다. 선을 넘겠다는 선언이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 좋은 판 자체를 뒤엎을 수도 있다는 암시였다.

그는 다시 술병을 집어 들었다. 싸구려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거친 위스키를 잔에 따랐다. 진실처럼 속이 타는 맛이었다. 그는 건희를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그 눈에는… 이전에는 없던 무언가가 있었다. 두려움? 아니… 그보다 더 단단한 어떤 것. 그는 그녀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무언의 약속이었다.

그것은 실행될 것이다.

---

시계는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그들은 그 방을 여전히 습관처럼 '서재'라고 불렀지만, 이제 그곳은 대통령 집무실의 일부였다. 비싼 카펫은 발소리를 죽였고, 공기청정기는 낮은 소음과 함께 정화된,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공기를 순환시켰다. 방의 주인인 남자는 육중한 가죽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그의 넥타이는 헐거웠고, 얼굴은 피로 때문인지, 아니면 권력이라는 병 때문인지 잿빛이었다. 잘 닦인 탁자 위에는 빈 위스키 잔이 놓여 있었다. 어떤 행위가 끝났음을 알리는 작은 기념비처럼.

문이 소리 없이 열리고 그의 아내가 들어섰다. 그녀는 값비싼 실크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남자의 흐트러짐과 대조적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그녀는 두꺼운 카펫 위를 소리 없이 가로질러 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하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잘 연습된 연극의 한 장면 같았다.

"아직 안 주무셨군요."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빈틈없이 통제되어 있었다.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들려요. 그 조사 말이에요."

남자는 끙, 하고 신음 같은 소리를 냈다. "잠이라니. 누가 이런 상황에서 잠을 잘 수 있겠소?" 그는 허공에 희미한 손짓을 했다. "그들은 법이라는 것을 무기로 쓰고 있소. 절차, 위원회, 조사…. 사람의 손발을 묶는 것들이지. 규칙 자체가 당신을 파괴하려 들 때,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요?"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절차에 갇힌 남자의 희미한 짜증이 섞여 있었다.

"정말로 그들이 원하는 건 저겠죠. 그렇지 않나요?"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시선은 자신의 손으로 떨어졌다. 아주 정갈하게 다듬어진 손톱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제가 그냥… 비켜서는 것이 더 간단할지도 모르겠군요. 모든 것을 위해서 말이에요. 저를 이용해서 당신까지 끌어내리게 둘 수는 없어요." 그 말은 항복처럼 들렸지만, 그녀가 잠깐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았을 때, 그 눈빛에는 다른 종류의 빛, 날카롭고 무언가를 가늠하는 듯한 빛이 서려 있었다.

남자는 의자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쿵' 하는 소리가 방의 정적을 깼다. "비켜서라고? 저들이 당신을 집어삼키게 두라고? 절대 안 돼!"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피로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딱딱한 확신이 들어섰다. "그들이 규칙 없이 놀고 싶다면, 규칙을 바꿔야지. 아주 근본적으로. 이 무질서… 이 끊임없는 공격… 이제 멈춰야 하오. 비상시를 위한 조치들이 있소.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들이. 이것은 필요하오. 실행될 것이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그것은 최종 결정의 소리였다.

그는 다시 위스키를 따랐다. 이제 그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약을 먹듯이, 그는 술을 빨리 마셨다. 그의 맞은편에서 여자는 완벽하게 자세를 유지한 채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오직 아내로서의 걱정만이 드러나 있을 뿐, 가면은 단단히 제자리에 있었다.

두껍게 커튼이 쳐진 창밖에서 도시는 잠들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공기청정기는 단조로운 소음을 내며 방 안의 침묵을 순환시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듯 보였지만, 무언가 돌이킬 수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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