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고철>

 <빛나는 고철>

새벽 두 시.

밤새 내린 비는 그쳤지만, 공기는 여전히 축축했다. 가로등 불빛이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희미하게 번졌다. 좁은 골목 안, 인쇄소와 철공소들이 깊은 잠에 빠진 시간. 인기척 하나 없는 정적 속에서, 오직 불안정하게 깜빡이는 보안등 하나만이 낮은 소음으로 울고 있었다.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여자는 지름길인 그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늘 무심코 지나치던 길이었다. 낮 동안에는 온갖 기계 부품과 폐자재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던 곳.

그런데 오늘 밤은 달랐다.

깜빡, 깜빡.

고장 난 보안등 불빛이 비출 때마다, 버려진 고철 더미가 기이한 생명력을 얻었다. 비에 젖은 금속 표면 위로 기름이 무지갯빛으로 번들거렸고, 날카롭게 잘린 단면들은 순간순간 섬광처럼 빛났다. 녹슨 철판은 깊은 어둠 속에서 거대한 동물의 검붉은 가죽처럼 보였고, 구부러진 파이프들은 잠든 기계 짐승의 뼈대처럼 뒤엉켜 있었다.

여자는 걸음을 멈췄다.

깜빡, 깜빡.

빛이 닿을 때마다 고철 더미는 전혀 다른 형상으로 변했다. 어떤 각도에서는 기괴한 조각 작품 같았고, 어떤 각도에서는 신비로운 외계 식물 군락 같기도 했다. 낡고 버려진 것들이 만들어내는 우연하고도 완벽한 조형미. 축축한 공기 속에서 쇠 비린내와 먼지 냄새가 이상하게도 상쾌하게 느껴졌다.

깜빡… 뚝.

갑자기 보안등이 완전히 꺼졌다.

모든 것은 다시 평범한 고철 더미로, 어둠 속의 쓰레기로 돌아갔다.

여자는 잠시 그 자리에 더 서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는 다시, 젖은 골목길을 걸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발걸음 소리만이 잠시 울리다, 이내 깊은 정적 속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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