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엄마에게>
받는 사람: 사랑하는 엄마 (mom_angel@...)
보내는 사람: 김소희 (your_pretty_sohee@...)
제목: 엄마, 잘 지내시죠? 저 소희예요.
사랑하는 엄마께
엄마, 잘 지내시죠? 아빠도 별일 없으시고요? 통 전화를 자주 못 드려서 죄송해요. 가게 마감하고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해서 그냥 쓰러져 자기 바쁘네요. 그래도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지난번에 보내주신 김치랑 밑반찬도 거의 다 먹었어요. 역시 엄마 손맛이 최고예요. 여기서 사 먹는 건 영 맛이 없어요.
제가 일하는 가게는 여전히 바빠요. 을지로라는 동네가 좀 신기한 곳이라 그런지, 주말에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오래된 공장 골목 사이에 예쁜 카페나 술집이 숨어 있거든요. 사람들은 그런 걸 ‘힙’하다고 찾아오나 봐요. 저도 처음엔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뭐, 이젠 그냥 다 일이죠. 허허.
아, 얼마 전에는 가게 근처 건물에서 밤에 불이 조금 났었어요! 다행히 금방 꺼져서 큰일은 없었지만, 한밤중에 사이렌 소리 울리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여기는 참 별일이 다 있는 동네 같아요. 또 어떤 날은, 아침에 출근하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길에서 뭘 열심히 줍고 계시더라고요. 고물 같은 거였는데… 그냥 좀 짠했어요. 다들 사연 하나씩은 안고 살아가는 거겠죠.
엄마, 사실은요… 요즘 조금 힘들어요. 일이 힘든 건 괜찮은데, 그냥… 좀 외롭기도 하고,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요. 서울 오면 뭔가 번쩍이는 기회도 많고, 하고 싶었던 디자인 공부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냥 매일 똑같이 알바하고 월세 걱정하는 거네요. 가끔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면 좀 괜찮아지긴 하는데, 돌아서면 또 혼자니까.
밤에 창밖을 보면 불빛은 참 많은데, 그중에 내 자리는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엄마가 해준 따뜻한 밥이랑 된장찌개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져요. 시골집 마루에 앉아서 같이 TV 보던 저녁도 그립고요.
에이, 제가 너무 약한 소리만 했죠? 그래도 저 잘 지내고 있어요! 같이 일하는 언니도 잘 챙겨주고, 나름대로 적응해서 살고 있답니다. 돈도 꼬박꼬박 모으고 있으니까, 내년에는 정말 복학 준비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한테도 안부 전해주시고요. 조만간 제가 먼저 전화 드릴게요.
늘 건강하시고, 사랑해요 엄마.
서울에서, 딸 소희 올림
(소희는 잠시 망설인다. ‘보내기’ 버튼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려두고 한참을 고민한다. 너무 속마음을 다 드러낸 건 아닐까. 엄마가 걱정하시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는 이내 눈을 질끈 감고 버튼을 클릭한다. ‘메일이 성공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메시지가 화면에 뜬다.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텅 빈 모니터 화면을 잠시 바라본다. 메일을 보냈지만, 마음속의 공허함이나 불안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주 잠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던 마음을 전했을 뿐이었다. 서울의 밤은 여전히 깊고, 그녀의 고민도 함께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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